
"물 1병 가격은 3961사토시(약 6000원)입니다."
2025년 5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리조트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5' 행사장은 비트코인으로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가상자산 업계의 '다보스 포럼'이라 불리는 이 행사에서는 기념품샵, 카페, 바자회, 아트 갤러리 등 모든 곳에서 물건을 비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었는데요.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미디어 파트너로 참석한 매일경제 기자의 생생한 현장 경험을 통해 2025년 비트코인의 현주소를 파헤쳐 봅니다.

■ 6000원짜리 물 한 병도 비트코인으로!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비트코인 결제'의 신세계
"과연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게 얼마나 편리할까?" 행사장을 찾은 모든 이들의 궁금증이었을 겁니다. 기자 역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테더(USDT)를 구매, 지갑으로 송금한 뒤 비트코인으로 환전하는 과정을 거쳐 첫 암호화폐 결제에 도전했습니다. 첫 송금 시 인증 절차만 거치면, 그 후로는 마치 원화를 외화로 바꿔 결제하는 것처럼 간편하고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 놀라운 송금 속도와 제로 수수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빛의 속도'로 이뤄지는 송금과 '제로(0) 수수료'였습니다. 제시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고 '송금' 버튼을 클릭하자, 약 1초 만에 모든 결제가 끝났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모자를 2만7221 사토시(약 4만832원)에, 행사 기념 티셔츠를 3만22672 사토시(약 4만8400원)에 구매하는 과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자는 순간, 미국의 금융 패권을 유지해 온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망의 붕괴가 머지않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합니다.

■ 美 최대 POS사 '스퀘어'의 합류: 비트코인 결제 시장에 불을 지피다
이러한 혁신적인 결제 경험의 중심에는 미국 POS(판매시점 정보관리) 시장 1위 기업인 '스퀘어(Square)'가 있었습니다. X(구 트위터)의 창업자 잭 도시가 설립한 블록(Block)의 스퀘어는 이번 '비트코인 2025' 행사에서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습니다. 스퀘어는 이미 1700개가 넘는 사업장에서 매출의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환전해두고 있을 정도로 암호화폐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마일스 수터 블록 비트코인 프로덕트 리드는 "스퀘어에서는 결제부터 가게 관리, 회계 업무, 대출, 세무 처리까지 모두 비트코인으로 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비트코인이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통합적인 비즈니스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스퀘어의 정식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가 내년에 출시되면 미국 전역의 소상공인들에게 암호화폐 결제 도입의 문턱이 훨씬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 90년 전통 패스트푸드점도, 심지어 '집'도비트코인으로! 일상에 스며든 비트코인
'비트코인 2025' 행사가 보여준 비트코인 결제의 확산은 단순히 IT 기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 90년 역사 스테이크 앤 쉐이크의 변화: 1934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레스토랑 체인 '스테이크 앤 쉐이크'는 지난 5월 16일부터 모든 매장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했습니다. 고객 편의 증진은 물론, 신용카드보다 빠른 결제 속도와 약 50% 절감되는 수수료 덕분에 기업에게도 큰 이점을 제공한다는 설명입니다. 심지어 프랜차이즈 가맹비까지 비트코인으로 받을 수 있게 했다니, 전통 기업들의 비트코인 수용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습니다.
◇ 비트코인으로 집을 사는 꿈: 테슬라와 스페이스X 출신들이 창업한 스타트업 '지오십(Geoship)'은 돔 형태의 바이오세라믹 주택을 비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추진 중입니다. 고액 자산인 주택까지 비트코인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비트코인이 단순히 소액 결제를 넘어 자산 거래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 비트코인으로 돌려받는 포인트: 대형 가상자산거래소 제미나이가 선보인 '더 비트코인 크레딧 카드'도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신용카드 사용 시 70개 가상화폐 중 원하는 종류로 최대 4%의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이 카드는 단순 적립률을 넘어, 적립된 가상화폐의 가격 상승 시 상당한 평가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참석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 비트코인 2025,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의 서막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경험한 '비트코인 2025'는 더 이상 비트코인 결제가 '신기한 기술'이 아니라, 일상 속에 깊숙이 스며든 현실임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물부터 집까지 비트코인으로 구매'하는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고, 전통 금융 시스템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을 열고 있습니다.
'크립토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이 행사에서 우리는 비트코인이 가져올 미래 금융의 청사진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